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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크의 테러리즘, 국제인권문제로 확대

스페인의 테러희생자모임(이하 Covite)이 테러조직 “바스크 조국과 자유(이하 ETA)”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했다. ETA가 ‘학살’을 저지르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이유에서다. 고발장은 2월 17일 아침 테러 희생자인 그레고리오 오르도녜스의 유가족 콘수엘로 오르도녜스를 비롯한 Covite의 주요 인사들의 참여 아래 제출되었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 지 2월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Covite가 제출한 고발장의 주요 내용은 이 테러 사건이 국제적 중요성을 갖고 있으므로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Covite는 ETA의 범죄가 “일반 민간인을 주된 대상으로 삼아 무차별적이고 조직된 공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반인륜적"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과 미국에서도 ET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Covite는 ETA의 테러가 특정 세력간의 ‘무력충돌’로 읽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등한 양 세력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무력을 가진 특정 단체가 비무장의 시민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무차별적 범죄라는 이유에서다.

장문의 고발장을 통해 Covite는 ETA의 피에 얼룩진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까지 ETA의 폭탄테러로 24명의 어린이를 비롯해 총 11,000명의 시민들이 사망했으며, 20만 명의 시민들이 ETA에게 고문을 받거나 납치를 당하고, 혹은 그들을 피해 거주지를 떠나야만 했다. 이에 따르면 ETA의 희생자는 매년 4만 명에 달하며, 바스크(바스크어로 Euskadi) 자치주(州) 주민의 약 10%가 거주지를 포기한 것이다. 이는 과장된 수치가 아니라, 재판기록에 근거한 것이다.

현 집권 국민당은 바스크를 떠나야만 했던 희생자들이 바스크에 대한 투표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투표를 통해 ETA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아직 이 법안은 계류 중이다.

집권 정부의 미온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Covite는 이번 고발장을 통해 ETA의 범죄를 ‘학살’로 규정함으로써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ETA가 “국가의 한 인종, 혹은 민족 집단을 말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Covite에 따르면 ETA의 주된 공격대상은 바스크에 거주하는 비(非)바스크 출신 스페인 시민으로, 바스크 민족주의에 반하는 스페인통합주의자들(여기에는 바스크 출신도 포함된다)이다. 그 외에도 경멸적인 의미로 쓰이는 Maketos들(타 지역의 이민자들로 바스크어를 모르는 “열등한” 인종)이 공격대상에 포함된다.

Covite는 스페인 정부가 인권에 반하는 이 중대한 범죄를 처단할 의지가 없음을 비판했다. Covite의 주장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ETA의 핵심요원들를 추적하여 신병을 확보하려는 어떠한 국제적인 노력도 하지 않고 있고, 사법명령에 따른 조사조차도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다. 결국 Covite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장을 제출함으로써 ETA의 테러를 국제인권문제로 확대시켰고, 이제 남은 것은 지금껏 국내문제로 치부해 왔던 스페인 정부의 반응이다.

본문 이미지 2
<Covite의 호수 푸에예스와 콘수엘로 오르도녜스가 마드리드의 바라하스 공항에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출하기 위한 고발장을 들고 있다.>

스페인 유로저널 최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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