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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홀로서기' 가속화,'핵심 산업 대미 의존 단계적 완화'

트럼프 시대 이후 미-EU 관계 근본적 변화 인식, '디커플링' 아닌 위험 관리 차원 '디리스킹' 전략 추진

유럽연합(EU)이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전략적 자립’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과거의 긴밀했던 미-EU 관계가 트럼프 이전 상태로 복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아래, 핵심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독자적인 생존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무역 다변화로 체질 개선

EU의 이번 전략은 미국과의 완전한 단절(Decoupling)이 아닌, 위험을 관리하고 분산하는 ‘디리스킹(De-risking)’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최근 “유럽이 국제 사회에서 다시 진지하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힘의 정치 언어를 배워야 한다”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를 위해 EU는 메르코수르, 인도,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협정을 서두르는 한편, 멕시코 협정 개정 및 호주와의 협상 재개 등 공급망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록 미국이 여전히 EU의 최대 교역 파트너인 만큼 체질 개선에는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구조적인 대체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평가다.

안보와 기술 주권 확보, “NATO 넘어 독자 방위 모색”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안보 분야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안보를 NATO와 미국에 의존해 온 유럽은 이제 미국이 실제로 유럽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설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 정상들은 EU 조약 제42조 7항(상호방위 조항)을 실질적인 안보 보장 수단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기술 주권 강화도 핵심 과제다. 프랑스 정부가 공무원의 미국산 화상회의 플랫폼 사용을 금지하고 자국 인프라인 ‘Visio’로 전환한 것은 상징적인 조치다. 독일과 네덜란드 역시 데이터 분석 및 신원 인증 분야에서 미국 기업 의존도를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EU 집행위는 향후 클라우드와 AI 관련 입법을 통해 유럽 기술 주권 강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에너지·금융 산업에도 ‘유럽산 우선주의’ 바람

에너지 부문에서 EU는 러시아산 가스의 빈자리를 미국산 LNG가 채우면서 발생한 새로운 의존성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EU 가스 공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을 분산하기 위해 캐나다, 카타르, 알제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과 결제 분야 역시 ‘미국 인프라 탈피’가 화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9년 디지털 유로 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공공 지출에서 ‘유럽산 우선(Buy European)’ 조항 적용에 대한 정치적 합의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방 투자 분야에서는 1,500억 유로 규모의 프로그램에서 역외 부품 비중을 35% 이하로 제한하고, 미국을 파트너 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강력한 보호막을 치고 있다. 유럽인민당(EPP) 또한 공동조달 시 ‘유럽산 우선 구매’ 원칙을 공식화하며 자국 산업 기반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위험 관리 차원에서 재정립하려는 유럽의 움직임이 전방위 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대기자,  shkim@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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